Designed by Another Architect 남이 설계한 집

 

 

작업노트

 
<남이 설계한 집> 사운드 파트는 세 가지의 재료를 사용하여 작업했다. (a) 첫째는 Impulse response 를 이용한 공간의 청각적 스냅샷을 이용한 공간음 재현, (b) 둘째는 공간에 버려진 물건들을 사용한 foley 녹음, 그리고 (c) 셋째는 공간의 주변 자연음 field recording 이다.  
 
 
(b) 의 foley 사운드 소스는 건축물에 모종의 이유들로 남겨져 있는 잔해들을 사용해 녹음되었다. 여기서 쓰인 물건들은 현장에서 발견된 철제 휀스, 드럼통, 녹슨 드럼통, 플라스틱 페인트 통, 유리 조각, 숯가루, 비닐 쓰레기 뭉치 등이다. 이것들을 밟거나 때리거나 문지르는 등의 행위로 소리를 발생시켜 근접한 거리에서 녹음하였다.  
 
(c) 의 주변 자연음들은 프로젝트의 현장 주변에서 7-8분간 녹음된 자연음이며, 앰비언트 필드 레코딩(ambient field recording)이라고 부른다. 강가에 접해 있는 도농지역이라는 특성에 따라 잔잔한 강물소리와 새의 지저귐, 간간히 멀리서 지나가는 자동차 엔진 소음 등이 들어갔다. 
 
(a) 는 짧은 충격파 음을 발생시켜 프로젝트 현장에서 충격파가 퍼지는 값을 구한 뒤 공간계 음향 효과 소프트웨어에 입력하였다. 여기에서는 풍선을 터트리는 방법으로 충격파를 발생시켰으며, 그것을 레코더로 녹음하였다. 영상음악과 사운드방에 쓰인 소리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음향 효과를 실제 녹음된 소스인 (b)와 (c)에 적용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즉 영상물과 사운드방에서 들리는 (b)와 (c)의 소리들은 프로젝트 현장의 공간에서 소리들이 반사되는 모양을 재현했기 때문에, 청자는 가보지 않은 현장의 공간을 듣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a)의 공간음 재현 시뮬레이션을 여러번 반복하는 방법을 통해 공명음(resonance)를 만들어냈으며, 이 방법으로 만들어진 소리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정 주파수 대역이 여러 번 되풀이되는 과정에서 강조emphasized 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으나, 공간의 고유한 주파수를 강조시켜 공명음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마치 피리나 트럼펫 같은 관악기들이 소리를 얻는 방법과 비슷하다. 즉 ‘공간을 연주하는 소리’ 라고 할 수 있다. 
 

남이 설계한 집 / DESIGNED BY ANOTHER ARCHITECT
: The Romance of Many Dimensions

건축은 인간의 삶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여러 예술 장르 중 유독 관람자들과 멀리 있다. 아마도 공간을 특정 장소로 간주하고 소비하려 하기 때문이 아닌지 질문해 본다. 건축은 구축하는 물질세계의 영역을 넘어 정신과 현상세계의 것이기도 하기에 때로는 인간의 인지력에 의해 특별하게 경험된 공간은 물리적인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차원의 세계를 만든다. 시. 공간의 잠재성을 발견하기 위해 인간은 보다 예민하고 고요해야 한다.

‘남이 설계한 집’은 누군가가 설계하고 오랫동안 철근 콘크리트 구조체만 남겨진 건물의 여러 공간을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발현하는 설계 작업이다. (이 시도는 건물을 리모델링 하는 과정의 연장 선상에서 건물을 다시 살게 하는 한 형식으로 바라보았다.) 특정한 용도로 설계된 건축을 다른 차원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가능성, 제3자의 시선을 통해 한 공간이 다양하게 인식될 수 있는 무한한 공간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간은 결국 어떻게 체험되고 인지되는지가 그 존재의 중심에 있는 것 아닌가?

While architecture is deeply embedded in human lives, it is an unfamiliar art practice. Perhaps this is due to the capitalist assumption of space as a physical asset, a place that is to be consumed. But architecture isn’t simply a constructed space. Rather, it creates new realities, pushing beyond physical experiences. To experience aspects of time and space, however, requires greater sensitivity and serene disposition.

‘DESIGNED BY ANOTHER ARCHITECT’ is cross-disciplinary architectural collaboration. The project is a reinterpretation, an intervention on an abandoned reinforced concrete structure designed by an anonymous architect (The act is a sort of re-modeling process that breathes new life to an existing building.) It opens up myriad possibilities and new spatial awareness in spaces designed and built with specific purposes in mind.

Isn’t space made possible by human experience and perce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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